작성일 : 14-01-06 11:14
취업에 성공한 발달장애인(송파구장애인직업재활지원센터)(중앙일보 2013.1.6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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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관리자
조회 : 4,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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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58만원 받지만 … 일할 수 있어 행복한 미소천사들 |
롯데월드에서 하루 4시간씩 안내업무를 하는 3인. 왼쪽부터 김주현(21), 김상희(24·여), 임재용(22)씨다. 이들은 모두
3급 이상의 중증 발달장애인이지만 정식 직원으로 채용돼 58만7000원의 월급을 받는다. [사진 롯데월드] 그는 한자리에 가만히 선 채 양손을 흔들고 있었다. 미소는
짓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흔들리는 시선으로 반복해 양손을 흔들기만 했다.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에서
지적장애 3급인 김주현(21)씨를 만났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롯데월드 안내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날 김씨는 롯데월드 4층에 있는 놀이기구
‘풍선비행’ 앞에서 손님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풍선비행’ 앞엔 어린이 손님 수십 명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었다.
재활 거쳐 롯데월드서 안내 업무
“아저씨,
안녕하세요.”
아이들이 손을 흔들고 있는 김씨에게 인사했지만 그는 가만히 웃기만 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똑같은 일을 반복했다. 양손을 흔들며 최선을 다해 미소를 짓는 일. 그것이 그의 업무였다.
김씨가 맨 처음 안내원으로 일하게 됐을
때 그의 가족이나 롯데월드 측은 걱정이 많았다. 김씨는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가 2년
전 세상을 떠난 뒤엔 자폐증상도 보이고 있다. 이런 장애 탓에 김씨가 롯데월드에 채용된 직후 작은 소란도 있었다. 손님 앞에서 갑자기 혼잣말을
중얼거려 항의를 받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하지만 김씨는 반복된 훈련으로 자신의 장애를 극복했다. 누구보다 친절한 미소로 응대하는
안내원으로 성장했다. 우수 안내원에게 수여되는 칭찬 카드도 여러 차례 받았다. 김씨와 같이 일하는 안내원 김소희(20)씨는 “주현씨는 안내원들
사이에 ‘피노키오 미소’란 별명으로 불린다”며 “잘 웃는 주현씨를 따르는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씨의 어머니 박현아(46)씨도 “주현이가
일을 시작한 뒤로 잘 웃고 자신감도 생긴 것 같아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재미있고 신나 계속하고
싶어요”
일할 때 말을 거의 하지 않는 그에게 ‘일하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양손을 계속 흔들면서 김씨가
더듬더듬 말했다.
“재미있어요. 신나요. 계속하고 싶어요.”
현재 롯데월드에는 김씨를 포함해 14명의 중증
발달장애인이 하루 4시간씩 안내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의 월급은 58만7000원. 1개월간 수습기간을 거쳐 1년 계약직으로 일한다. 본인이
원할 경우 1년 계약 연장도 가능하다.
단순 업무에 계약기간도 짧지만 롯데월드에 취업한 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크게 만족하고 있다.
“일반 업체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만으로도 기적”이라는 반응이다.
김씨처럼 롯데월드에서 일하는 임재용(22·지적장애
2급)씨는 침을 심하게 흘리는 버릇이 있다. 학창 시절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해 대인기피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런 임씨가 일반
업체에 취업한다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현재 임씨는 롯데월드 1층 키즈존에서 손님에게 인사를 하고 유모차를 끌어주는 등 맡은 일을 성실히
해내고 있다. 임씨의 동료 임민지(23)씨는 “처음엔 청소나 인사 방법을 반복적으로 알려 주느라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일반 안내원과 다를 바
없이 업무를 원활하게 처리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잘 적응하고 일도 잘해
놀라워”
김씨를 비롯한 지적장애인들이 취업할 수 있었던 것은 송파구 장애인직업재활센터 덕분이다. 이 센터는
2008년부터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전환교육반과 직업적응훈련반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까지 5년간 약 350명의 중증장애인이 이곳을
통해 일반 업체와 공공기관 등에 취업했다. 지난해 10월 롯데월드에 취직한 김주현씨 등 중증장애인 11명도 이 센터 출신이다. 송파구
장애인직업재활센터 김나연(33) 팀장은 “학생들에게 출퇴근시간 지키는 법부터 복장 입는 것, 상사가 지시했을 때의 반응 등을 세심하게 가르치고
있다”며 “학생 개인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맞춤형 교육이 취업이란 결실로 맺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중증장애인을 고용한 업체
측에서도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롯데월드 인사팀 강태민 매니저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지난해 하반기에 장애인 직원 17명을 채용하고 이 중
13명을 중증 발달장애인으로 뽑았다”며 “예상했던 것보다 잘 적응하고 업무능력도 훌륭한 경우가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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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joins.com/article/378/13564378.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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