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를 딛고 28일 첫 개인전을 연 김수환군(가운데)이 자신의 작품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양옆은 아버지 김호남, 어머니 오미례씨. 김수환군 제공
지난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예술실험센터 1층 전시관에 나비 그림 20여점이 걸렸다. 발달장애를 가진 김수환(18)군의 첫 개인전.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쉽지 않지만 수환이는 화려한 나비들 사이에 앉아 밝은 얼굴로 관람객을 맞았다.
그림은 수환이의 삶 그 자체다. 다섯 살에 발달장애 판정을 받고 자기 세계에 갇혔던 아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좋아하고 재능을 보였다. 하지만 어려운 형편에 미술학원을 보내기가 쉽지 않았다. 보내려 해도 받아주는 곳이 거의 없었다.
월드비전의 도움을 받으면서 기회의 문이 열렸다. 중학교 1학년 때 장애인복지관 미술치료반에서 그림을 배우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아버지 김호남(62)씨는 “정서적으로 불안했던 아이가 그림을 그릴 땐 무섭게 집중하고 ‘예쁘다. 멋있다’를 연발하면서 행복해한다”고 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수환이는 나비에 꽂혔다. 스케치북에 선을 긋고 색을 골라 거침없이 쓱쓱 칠하면 작품이 탄생했다. 수환이의 재능은 세계예술치료협회(WATA)에도 알려져 인정받게 됐다. WATA는 전문 화가와 연결해 본격적으로 미술교육을 받게 지원했다. 수환이는 매주 두 번, 4시간씩 미술 수업을 받는다. 화장실 갈 생각도 하지 않고 그림에 몰두한다고 한다.
오늘의 수환이가 있기까지 어머니 오미례(57)씨의 헌신도 컸다. 오씨는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엄격하게 나누고 홀로서기를 위한 기본을 가르쳤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을 하루도 빠짐없이 출석해 두 개의 개근상을 받은 것도 모두 어머니의 공이다.
오씨는 “꿈을 이뤄주려면 미술 지도를 계속 받는 게 절실한데 올해로 모든 지원이 끝난다.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행복하게 사는 게 부모의 꿈”이라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